2013년 영상.




사실 작년 신촌에 있을 때 전혀 이런 공연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고 살았는데 
 
카리부 커피로 커피 마시러 갔다가 유리벽에 포스터 (만화 그림 포스터) 가 붙어있는걸 보고 대체 저건 뭐지?
하고 호기심에 검색했다가 시놉시스가 관심이 가서 캐스팅을 찾았는데
가장 보고싶었던 페어인 저 위 두 사람의 공연은 이미 끝나있었고… (이때가 8월이었음)

그럼 다른 페어로 보자 해서 보게 된 나의 첫 뮤지컬의 첫 페어는…….
나를 막공까지 죄다 표를 잡게 해 신촌으로 이끌었다고 한다…….

 
이 페어에 대한 감상은 좀 나중에 천천히 쓰고, (벌써 1년이 지나가는데)
 
정말 정말 운이 좋아 8월 12일 딱 한 번 보자 해서 앞자리 정중앙을 잡아서 갔던 (올해의 운은 여기에 다 썼을지도)
위 두 사람의 공연에 대해 쓰려고 한다.



아는 언니와 아침부터 만나 대학로에서 주구장창 먹다가 언니는 나를 공연장까지 데려다주고 집에 가고, 나는 룰루랄라 캐스팅 보드 찍으러 감. 
 

 
 정중앙 입구가 아닌 옆으로 나있는 계단으로 올라가면 나오는 문. (페어마다 사진이 바뀌는 걸로 안다)


3층 (공연장 2층) 복도에 붙어있는 캐스팅 보드.
(맨 왼쪽이 잘렸다 미안해요) 

2층 (공연장 1층)에 붙어있는 캐스팅 보드도 다들 입장할 때 
혼자 가운데 의자에 앉아 별의 별 짓을 해보며 찍으려 했지만
한 컷에 모든 사람이 제대로 나오게 하기에는 무리였다 ㅠㅠ 



지금부터는 공연 이야기.

작년에 돌았던 페어와는 굉장히 다른 느낌으로 본 공연이었다.
두 사람 다 대사를 치는 데서 강약을 조절할 줄 안다고 해야할까?
예를 들어 '모두 너만을 원해' 에서 "니가 떠난 뒤로" 를 강하고 세게, "우리 처음 만나는거야." 를 약하고 부드럽게 치는 것 같은. 

딱히 디테일 같은게 많다는 느낌은 받질 못했지만, ('살아있는 동안'에서 '그'가 엄청나게 절규하며 소리를 지르는데 그땐 내가 다 심장이 두근두근)
페어 특유의 합이 척척 맞는다는 느낌을 굉장히 여러번 받았음.
특히 '내 안경 / 진정해' 넘버에서 끝부분에 '나'와 '그'가 같이 노래를 하는 부분은 '나'의 가사가 잘 안들리는데,
'그'의 "마음을 단단히 먹어 덫에 걸리지 않게" 부분에서 약간 엇박? 으로 들어가며 "그 다음 차례는 차가운 감옥" 부분을 부르는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내 안경 / 진정해'의 가사가 제대로 들린 적은 처음이야!! 하면서 혼자서 속으로 흥분. 

내가 보고싶었던 '쓰릴 미'라는 극의 베이직한 공연을 이 페어를 통해 100% 이상 충족함.

이제 연출로 돌아가자면, 작년의 "레이" 라는 대사를 "자기야" 로 바꾼것과 몇몇 동선이 달라진 것 빼면 거의 작년의 연출을 복사 붙여넣기 한 수준인데,
정말 마음에 들었던 장면이 마지막 '쓰릴 미_피날레' 였다.

여기서부턴 스포일러가 좀 엄청 많이 있을 수 있겠는데, (검색어 안걸리니까 볼 사람도 없겠지만)


'나'의 가석방 심의가 끝나고, '나'의 위로 빛이 쏟아진다. '나'는 천천히 수갑을 푼다.
그리고 살짝 살짝 오른쪽으로 걸어가며 '그'와의 추억이 된 물건들을 하나하나 읊는다.

"휴대용 금시계, 34년 동안 완전히 상했을 담배 한 갑, 34년 전 공원에서 그와 함께 찍은 사진. 그와…… 함께."

그런 '나'의 귀에 새소리가 들리고 그와 동시에 나타나는 '나'의 환상속의 '그'의 모습.

"자기야, 멍청하게 새나보고." 

'나'는 '그'의 환영을 보고 고개를 돌려 눈물을 흘리며 환하게 웃는다. 그리고, 가운데로 걸어가며

"난 너의 공범자. 절대 배신 안해."

이 넘버 부분을 시작함과 동시에 정면을 보고있던 '그'의 환영이 '나'의 발걸음에 맞춰 서서히 등을 돌린다. '나'에게서 사라지듯이.

"쓰릴 미……"

이 때 완전히 등을 돌리고 서있다가,

"쓰릴 미."

할 때 '나'와 '그'가 동시에 고개를 정면으로 돌리며 극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이 장면이 좋았던 이유가 아직 살아있는 '나'와 이젠 나의 환상에서만 존재하는 '그'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는 것이,
마지막엔 결국 '나'가 '그'를 따라갔다. 는 느낌을 굉장히 강하게 주었기 때문에 계속 기억에 남는다.




2014 쓰릴 미는 이 페어로 처음이자 마지막.
작년에 보고 싶었던 이 두사람의 공연을 이렇게 짧은 5회 중 한 회차라도 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안녕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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